[공감신문] 이규엽 칼럼리스트 = 3월 16일, 17일 미국 및 홍콩 증시에 상장된 몇몇 주요 중국 기업들은 이틀간 40% 이상 급등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월 16일 하루에만 알리바바 36%, 징둥닷컴 39%, 메이탄 25%, 텐센트 28% 급등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와 대내외적 리스크로 인해 폭락한 중국 플랫폼 기업 주가가 바닥을 형성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상폐위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급락 장세가 이어졌다. 최근 중국 주요 플랫폼 기업이 포진되어 있는 항셍 테크 지수는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지수에 비해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났다. 홍콩 H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점까지 하락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 급반등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크다.
미국 및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 폭락 후 급반등 배경에는 3월 16일 중국 금융안정위원회 발표 내용이 있다. 경기 진작 관점에서 통화공급 확대 정책을 고수한다는 내용과 플랫폼 경제 관련 코멘트 및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중국 기업 상장폐지 관련 언급이 주요했다.
먼저 플랫폼 기업 규제 관련으로는 정부 유관 부서의 해당 산업에 대한 감독 정책이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예측 가능한 표준 규제의 정립을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미국 SEC의 중국 기업 상장폐지 관련해서는 현재 미중 감독기관이 상호 소통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구체적인 협의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발표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과 대응이 기존과 달라진 모습이 크게 작용했다.
이 밖에 중국 당국의 플랫폼 기업 규제 마무리 가능성 등 시장에 대한 긍정 요인이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 관련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중국 기업 주가 향방에 대해 예측해본다.
그간 외국 자본 투자를 제한했던 중국 당국은 VIE 구조를 통해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 외자 지분 관련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중국기업이 해외자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VIE(variable interest entity)는 중국 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 흔히 활용하는 구조이다. VIE 핵심은 페이퍼 컴퍼니(SPC)와 실제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과의 지배계약이다. SPC는 실체 기업과의 지배계약을 통해 지분 보유가 없이도 지배가 가능하다. 물론 사실상의 기업 소유주는 동일하기 때문에 계약 파기의 위험성은 거의 없다. 주로 조세 회피가 가능한 영국령 케이만이나 버진아일랜드에 SPC를 설립하여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했다.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 징둥닷컴, 디디추싱 등은 이러한 VIE 구조로 미국에 상장한 대표 기업들이다. 중국 기업은 해외 상장을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외국인은 VIE를 통해 중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중국 당국도 VIE 구조를 통해 자국 내로 외국 자본이 유입되는 효과를 수용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감독기관의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의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정보 공개에 민감한 중국 정부의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VIE 구조를 통해 많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상장하면서 외국 자본유치 및 외형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최근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얌차이나 등 5개 중국 기업을 미국의 회계 감독 요건에 미달된 것을 근거로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렸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와 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미국 상장 중국 기업에 대해서 기업정보 공개, 회계감사조서 제출 등을 요구하고 있다. PCAOB는 3년 내 중국 기업이 감사조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20년 12월 <외국회사문책법>이 통과되면서 중국 기업 상장 폐지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되었다. 특히 2020년 4월 회계 부정 사건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중국 루이싱커피 사태 발생 후 미국 상장 외국회사 회계감독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미국에 상장된 외국 회사는 외국 정부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며, 중국 기업의 경우 이사회 내 공산당원 구성 여부와 회사 정관에 공산당규 규정 여부 등에 대해 공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 중시 상장 중국 기업의 홍콩증시 2차 상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 바이두 등 미국 상장된 기업들이 홍콩 증시에서 2차 상장이 성공했다. 2021년 <외국회사문책법> 시행 후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은 홍콩 증시에서 2차 상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인 샤오펑,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등이 홍콩증시에 2차 상장했다. 또한 중국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디디추싱도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기업 상폐와 관련하여 미중 감독기관과의 합의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중국 정부로서는 정보 보안이 민감한 사안이고, 미국은 중국 압박카드로 상장폐지를 언제든지 꺼내 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시기적으로는 상장폐지가 2024년 이후부터 가능하다는 점에서 홍콩증시 2차 상장 준비를 위한 시간적 여유는 있다. 따라서 향후 미중 감독당국의 합의 결과 및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홍콩 증시 2차 상장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40개사 정도이다. 그중 17개 기업이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완료했고, 이들 기업의 시총은 미 증시 상장 중국 기업 총 시총의 69%를 차지한다. 그 외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약 50개사는 홍콩 증시 상장조건을 만족한다. 문제는 남은 170여 개의 중국 기업은 홍콩 증시 2차 상장 조건에 미달한다. 이들 기업의 시총 비중은 2% 미만이지만 상장폐지 될 경우 리스크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알리바바 및 진둥닷컴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폐지는 미중 감독기관 간의 합의 도출로 그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설령 상장폐지된다고 하더라도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이 가능하여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https://www.gokorea.kr/news/articleView.html?idxno=72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