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하려는 업체와 논의를 하다보면, 대다수가 중국에서는 '법보다는 꽌시다'라는 편견을 가진 채 중국의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사법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중국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오해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도 제정된 법률이 많은 데다가, 법률, 행정법규, 지방성법규 이외에도 법률에 준하는 다양한 규범들이 존재하고, 구체적인 기준이나 해석을 가진 경우들이 매우 많다. 중국의 사법체계는 민주주의 체제와는 다른 중국만의 사회주의 체제의 고유한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 많은데, 그 중 우리에게는 생소한 사법제도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중국의 사법체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법원, 판사로 떠올려지는 사법제도보다 그 범위가 훨씬 넓다. 중국 사법체계의 특수성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최고 국가 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를 꼽을 수 있다. 전인대는 형사, 민사, 국가기구 및 그 밖의 기본 법률 제·개정의 권한을 갖고 있고, 전인대 상설기관인 '상무위원회'는 전인대가 제정하는 법률 외에 다른 법률의 제·개정 그리고 법률해석의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중국의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한으로, 법률의 제·개정 권한뿐만 아니라 법률해석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3권 분립 하에서 독립성을 갖는 사법제도의 개념과는 상이할 수밖에 없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법률해석이 필요한 경우와 법률해석의 효력에 대해서는 중국은 '입법법(立法法)'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법률 규정에 대하여 보다 명확한 구체적인 의미가 필요한 경우 또는 법률 제정 후 새로운 상황이 출현해 명확한 법적용 근거가 필요한 경우에 법률해석을 하게 되고,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최고인민검찰원, 전인대 각 전문위원회 및 성, 자치구, 직할시 인민대표위원회 상무위원회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법률해석을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유권해석은 관계 행정기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반면, 중국의 법률해석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지니게 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
나아가 중국에는 최고인민법원이 공표하는 중국 특유의 법제형식인 '사법해석'이라는 개념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사법해석은 구체적인 쟁송의 해결을 목적으로 추상적인 법규범의 객관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중국의 사법해석은 개별 사건의 심리 중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고사법기관의 제정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문건의 형식을 갖고 있는 정식 규범에 해당한다. 최고인민법원은 심판 과정 중 어떻게 구체적으로 법률과 법령을 응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하여 해석을 진행하게 되는데, '최고인민법원의 사법해석 업무에 관한 규정'에서는 최고인민법이 공표한 사법해석이 법률의 효력을 가짐을 명시하고 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중화인민공화국 회사법' 적용 문제에 관한 규정은 사법해석의 구체적인 예가 된다. 이미 최고인민법원은 중국 회사법의 정확한 적용을 위하여 회사법에 관한 총 5차례의 사법해석을 발표했고, 가장 최근인 2019년 4월 22일 주주권리 보호 등 분쟁사건에 대한 법률 적용 문제를 공표한 바 있다. 사법해석 5의 제1조에서는 계열사 간 거래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주주의 권리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바, 최고인민법원은 계열사간 거래를 진행한 행위자가 정보공개, 주주회 또는 주주총회 동의 등 법률, 행정법규 또는 회사 정관에 규정한 절차를 이행한 것을 항변 이유로 제출할 경우 법원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경우 만약 회사가 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회사법 제151조 제1항 규정 조건에 부합하는 주주는 동조 제2항, 제3항 규정에 따라 인민법원에 소송을 계열사간 거래계약의 무효 또는 철회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즉, 이러한 사법해석은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과는 달리 최고인민법원이 자신이 가진 권한으로 법원의 구체적인 법률, 법령 적용문제와 관련하여 그 해석과 입장을 명시함으로써, 각급 법원은 이에 구속되어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중국을 진출할 때 막연한 편견이나 불신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적어도 해당 분야에서 제정된 법률이나 행정법규·지방성법규 뿐 아니라 나아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 결정, 규정·방법 등의 사법해석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여 그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수민 변호사(CNP 법률사무소)
*출처: https://m.lawtimes.co.kr/Content/Opinion?serial=177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