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민경미 기자] 100세 시대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노노상속(80대 이상 노부모가 50대 이상 자녀에게 상속)이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3040의 젊은 자녀에게 상속이 돼야 소비와 투자를 낳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돈이 돌게 된다.
그런데 고령층 자녀에게 상속하게 되면 돈이 도는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과 치매로 인해 자산관리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일본에서는 세대 간 자산 이동을 위해 여러 가지 법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증여나 상속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에 비례해 부모자식간, 형제간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부모세대의 자산이 자녀 세대에게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상속전문변호사인 조용주 변호사를 만나 명쾌한 해답을 들어봤다.
또한 서울대 법대 입시, 사법고시를 패스해 판사가 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조 변호사의 화려한 스펙 뒤에 숨겨진 눈물과 땀 그리고 한(恨)이 젊은 세대에게 귀중한 조언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와의 일문일답
1. 상속하기 전에 미리 준비할 것은?
상속은 양면의 문제가 있다. 상속을 해주는 피상속인과 상속을 받는 상속인의 입장이 다르다.
상속을 해주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후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한지 충분히 검토하고 상속이나 증여를 해야 한다. 상속인의 경우에는 상속이 상속인간에 타당한지, 상속세를 준비하고 납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상속의 문제는 각 세대만의 각자의 상황이 있다. 사회에 기부를 원하는 피상속인도 있을 수 있고, 부채만 있는 피상속인도 있을 수 있다. 피상속인은 상속 이후의 자식들 간의 우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상속이나 유언으로 말미암아 자식들이 원수가 되도록 할 수는 없다. 현명한 방법으로 상속해 자식들이 우애하도록 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자식은 생계를 보장해 줘야 한다. 상속인들 간의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을 해야 한다.
상속인의 입장에서는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아야 하고, 상속세를 낼 때에 부동산을 염가에 팔지 않도록 상속세를 납부할 현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상속이나 증여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죽음에 대한 생각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는 것보다 어차피 죽는 것은 예정돼 있으니 합리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맞다.
2. 형제간 상속분쟁이 많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반드시 유언장을 작성하라. 유언장이 작성된 것을 자식들에게 알려라. 그리고 유언장의 내용은 공개하지 말고 언제든지 고칠 수 있다고 자식들에게 고지해라.
상속인들 간에 재산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다. 감정적인 문제도 있으니 이런 상황에 있는 상속인에 대해서는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사망하기 전에는 어느 정도 재산을 증여해 재산분배를 마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남은 재산은 유언장을 통해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를 남겨 놓아라.
갑자기 아프거나 죽을 수가 있으니 건강할 때부터 유언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낭비하거나 돈 관념이 없는 자식이 있을 경우에는 유언신탁을 통해 상당기간 그 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3. 부모들 중에 상속을 해주고 난 뒤 자녀들이 불효할까봐 꺼리는 경우도 있다. 효도 받는 상속전략이 있을까?
있다. 효도 받는 상속전략은 우선 재산을 주더라도 반드시 조건을 달고 그것을 서류로 작성해 놓아야 한다. 언제든지 조건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매달 생활비를 어느 정도 정하고 준다든지, 부모를 보러 매달 한두 번씩은 보러 오라고 하든지, 손자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하든지, 부모가 아플 때에 간병을 해 달라고 하든지, 요양원에 들어가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의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든지를 미리 정해야 한다.
자식의 간절한 부탁에 의해 돈을 주는 경우는 잘못되는 경우가 많으니 절대로 많은 돈을 주지 말고, 신탁을 통해 자식에게 천천히 돈이 갈 수 있도록 하자.
4. 존엄사, 안락사, 유언신탁 등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려면 어떤 대비가 필요한가?
우선, 우리나라는 진정한 안락사나 존엄사가 인정되지 않는 나라다.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우리 시대에는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도록 법 개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자신이 의식이 없어 치료방법을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회복될 가망이 없는 경우에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자. 고통스럽게 생명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품위 있게 죽는 것이 더 낫다. 말을 못하는 노인들이 고통스러워도 표현도 못하고 자식들과 의료진에 의해 무리한 치료를 감당하고 있다. 나중에 적극적 안락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도저히 회복될 수 없고 고통이 심한 경우에는 안락사를 이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5. 안다상속연구소를 만든 이유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다. 급속한 발전을 이뤘지만 많은 노인들 때문에 많은 사회적 문제가 생길 것이다. 베이붐 세대는 이제 은퇴를 시작해 죽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부모의 상속문제를 포함한 자신의 상속‧죽음‧노후문제 등을 포함해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안다상속연구소를 2018년에 만들게 됐다. 상속법뿐만 아니라 상속세, 상속과 관련된 사회 문제, 노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만들고, 상속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려고 만들었다. 앞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자신의 노후와 죽음의 문제를 잘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6. 은퇴 후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하지는 경우가 많다. 은퇴를 대비한 건강대비책이 있다면?
나에게도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지속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은퇴시간이 길다. 은퇴라는 것은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은퇴는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는 상태일 뿐 어떤 일을 계속 해야 한다. 오히려 긴장되는 일을 계속하는 것 자체가 건강에 좋을 수 있다.
조그맣고 작은 일이라도 나이가 들어서 계속 하는 게 좋다. 나도 글을 쓰든지, 걷든지, 강의를 하든지 하면서 소일거리를 하면서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 수치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서 조기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한 병원을 자신의 맞춤병원으로 정하고 수시로 병원에서 자기의 몸을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이가 들어서 아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평소부터 건강에 관심을 갖고 안 좋은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7. 서울대 법학과, 판사 출신이라는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입시공부, 사법고시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수많은 유혹을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지금 시험 준비를 하는 있는 1020 세대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나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초 6때 돌아가시고 나에게 주신 재산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주머니에 항상 돈은 부족했다. 내가 가진 환경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도 시험에서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절박한 생각으로 공부했다. 일종의 헝그리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헝그리 정신이 있기는 힘들 것이다. 이전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 궁핍한 사람들처럼 절박하게 공부하거나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누리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희생이 뒤따른다. 그래서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라면 젊은 나이에 누릴 수 있는 특권들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야 하고, 인내와 끈기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가지거나 자신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된다. 긍정적인 생각과 노력으로 목표를 위해 매진한다면 어떤 시험이든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8. 수많은 판결을 하면서 안타깝거나 기억에 남는 판결이 있다면?
어떤 사건이든 당사자는 전인적으로 싸운다. 그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것이 소송이다. 작은 소송이라도 사람의 일생에서는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법적인 다툼을 하는 것은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는 그런 느낌을 알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 사건이든 누군가에는 안타깝거나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판사들은 그런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사건에서 멀어져 있는 사람은 그저 관찰자에 불과하다. 재판을 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의 경험으로는 많은 사건들과 일정 때문에 그런 것을 하기가 어려웠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당사자들의 진심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나타난 증거와 현상들만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판사가 이렇게 재판하다보니 억울한 사람들도 생기고, 안타까운 일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재판의 한계가 있는 이상 억울한 사람들이 계속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러기에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은 오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퇴직 이후에 많이 해 왔다.
*출처: http://www.f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