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학회 회장 정영진 교수, "24시간 로그인과 현대인의 불안" 발표 | |||
작성자 | 한중법학회 | 등록일시 | 2023-11-17 14:45: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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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은 하나의 유기체로 태어나서 사회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사회화가 덜 되었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런데 요즘 SNS가 일상화되었지만 내 자신이 SNS를 거의 하지 않고 있어서, 스스로 사회화가 덜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근대 계몽주의를 정점에 올려놓고 독일 관념철학의 기반을 확립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를 소환해서 다음과 같이 자문한다. “나와 같은 유형의 인간들이 100%인 지구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SNS를 많이 하는 인간들이 100%인 지구에서 살고 싶은가?” 대답은 항상 전자이다. 그것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더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고 과정을 거치고 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정보화 혁명 이후 모든 것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주체적 인간은 해체되고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생성되는 존재로 파악하게 되었다. 사회적 관계망 속 인간에게 관계의 단절은 죽음이다. 과거에는 공사(公私)의 구분과 공적영역에서 공정(公正)이라는 공동체적 가치가 중시되었지만, 인간관계가 경제적 이해관계의 성질을 갖게 되면서 공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상호이익을 주고받는 관계가 공정을 대신하는 경향이 있다. 공적영역에서 이러한 호혜관계를 관대함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독일 출신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 Arendt)가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언급한 '악의 평범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호혜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심리적으로 24시간 관계망 속에 로그인하고 있지만 항상 불안하다. 왜 불안한가? 우애관계와 달리 경제적 이해관계는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안하기 때문에 관계망 밖에 공동의 적을 만든다. 이럴 때 자문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나는 행복해지는가?” 인간은 관계망 이상의 존재이다. 인간은 현실적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보편적이면서 당위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지성과 용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의 삶에서 의미있는 태도는 사회화가 아니라 개체화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개체화는 산업사회의 문제점으로서 개인이 공동체적 유대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다른 사람과의 '정신적 거리두기'를 의미한다.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거리두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신뢰, 특히 법과 원칙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법과 원칙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관계망은 보다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특히 공적영역의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공사의 구분과 공정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실천하는 태도가 요청되는 순간이다. /정영진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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